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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그리고 서울





Reviewryeok V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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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2021
크기 105×148mm
재료 종이(CCP), 양면 먹 1도, 유광코팅

작가 UH, 그리고 S
U는 풀리지 않는 혼자만의 고민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다. 그러다 인터뷰를 통해 타인들에게 질문하기를 즐기게 되었고, 대답하는 타인들을 관찰하는 걸 좋아했다. H는 그 관찰대상 중 하나였다. H는 거기서 영감을 얻어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 사람이 주인공인 소설을 써보는 작업을 했다. S는 그 사이에서, 때로는 먼발치에서 U와 H를 바라보면서 그들의 기록을 읽고 추스리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또다른 기록을 남겼다.
       이 엽서에는 U와 H가 서울에서 첫 인터뷰를 하던 날, 시간이 흘러 각자 비엔나와 서울에서 서면으로 인터뷰하던 날의 기록의 일부가 담겨있다. 시간의 흔적이 드러나거나 비슷하고도 새로워진 언어들. 그 사이에 서울과 비엔나에서 그들이 마주한 시선을 얹어보았다.
       U와 H, 그리고 S는 언제나 질문하는 사람들이었다. 비엔나에서 서울로 물음표가 담긴 편지가 실려오고, 느낌표와 또다른 물음표가 서울에서 비엔나로 날아가는 사이, U와 H에게 각자의 공간에서 담아낸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그리고 그들은 시간과 공간, 소설과 그림, 퀴어와 비건, 삶과 예술을 일상적인 감각 속에서 책의 형태로 새롭게 만들고 있다. 이 책에는 일상의 습관, 생각의 방향, 감정의 온도를 세밀한 시선으로 실험하듯 관찰하다 정해진 시공간을 가로질러 둘 사이에 생겨난 무언가가 담겨 있다. U와 H, 그리고 S는 앞으로 나올 «비엔나 그리고 서울»을 통해 어제에서 오늘로, 또 이곳에서 저 너머로 무언가를 감각하고 그것이 표현되길 바란다.

비엔나 그리고 서울
기록을 만난 기록

«비엔나 그리고 서울», 낭만적인 이름이다. 멀리 떨어진 두 곳을 ‘그리고’라는 선으로 이었을 뿐인데 이보다 아름다운 이름을 그간 본 적이 있었나 떠올려 본다. 이름만 놓고 보자면 두 도시가 가진 어떤 사회적이거나 정치적인 면모가 먼저 떠오를 법도 한데, «비엔나 그리고 서울»이 보여주는 겹겹의 기록들을 보고 있자면 그 회색톤의 외관과는 달리 마음이 따뜻한 볕 한가운데 데워지는 기분이다.
      비엔나인지 서울인지 모를 아름다운 풍경들이 보인다. 공원의 잔디밭, 햇살 드는 창문, 마트의 카트 안, 나무 테이블 위의 물체들, 피어오를 준비 중인 향과, 깨진 유리창, 안개 낀 숲속을 보았다. 다른 한 편은 부드러운 언어로 채워져 있다. 그 어떤 악의와 경계 없이 상대와 나눈 이야기들이 종이(혹은 화면)에 스며들어 있다. 그 가운데 풍경과 언어는 별다른 기교 없이 서로의 존재감을 잠시 양보하는 것만으로 자연스레 합쳐진다. 조금씩 옅어지고 진해진 사진과 글자들이 누군가 귓가에서 속삭여주는 것처럼 마음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비엔나 그리고 서울»은 다른 두 곳에서의 일상을 엮고 있다. 평범하게 보내는 하루인 일상은 그것을 기록하고 엮는 순간 특별해지기도 한다. 기록하기 이전에는 그저 전과 같은 지루한 일상이었다면, 그것을 기록하고 타인과 공유하겠다는 전제 아래 엮는다면 ‘우리’만이 겪는 어딘가 특별한 것이 된다.
      그와 함께 «비엔나 그리고 서울»은 ‘인터뷰’에서부터 비롯된 대화를 전한다. 부드러운 어조로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소소하지만 살아가며 한 번쯤 떠올리게 되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부드럽게 읽어나갈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품고 있던 생각들이 인터뷰를 매개로 오가는 과정을 비엔나 그리고 서울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비엔나 그리고 서울»이 유독 친근하고 다정하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들이 작업의 과정에서 기록에 대해 접근한 조금은 다른 시선 덕분일 것이다. S는 «비엔나 그리고 서울»을 공개한 인스타그램에서 기록에 대한 자신의 접근을 이렇게 밝혔다. “기록된 결과물을 편집하고 재배치하며, 정리하는 과정 역시 기록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그 과정을 지나치게 염두에 두고 싶진 않았어요. (···) 가까이 있는 친구와, 조금 먼 친구가 나누는 이야기를 읽고 해석해 보는 정도의 마음으로 이 작업을 하고 있어요. 다만 겨우 그만큼을 전하겠다는 믿음이면 될 것 같으니까요.”
      인쇄된 지면처럼 보이는 «비엔나 그리고 서울»은 사실 데이터로서 존재하고 있다. U와 H, 그리고 S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기록은 인쇄되어 엮이지 않아도 분명 어디엔가 남아 있을 테고, 저희는 앞으로도 저희만의 방식으로 일상을 적고 남기고 정리하려 합니다.” 지금의 모습도 완전한 기록이겠지만, «비엔나 그리고 서울»이 언젠가 손에 잡히는 새로운 모습으로도 등장할지 궁금해진다. U와 H, 그리고 S가 앞으로 만들어나갈 그들만의 기록이 다시 우리에게 닿길 기대해본다.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