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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노스탤지어





Reviewryeok V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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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2020
재료 웹
링크 dbkor.com/pink-nostalgia

작가 정대봉
문화예술계에서 디자이너의 위치를 고민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최근에는 독립 출판 사진집 «행사»(2020)를 기획·디자인하고 «Pudding 002: Exhibition»(2021)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핑크 노스탤지어
분홍빛 과거로 돌아가시겠습니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겠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질문들은 보통 ‘10년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기억을 그대로 갖고 돌아간다면’, ‘과거로 가는 대신 지금과 다른 미래라면’과 같은 다양한 제한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새로운 조건을 붙여본다. ‘모니터 속 인터넷 세상을 원하는 시대로 돌릴 수 있다면, 가장 돌이키고 싶은 과거는?’
      두꺼운 옛날 컴퓨터 앞에 앉아 지켜보던 10년도 더 전의 세상을 떠올려 본다. 아무 문제 없이 그 안에 녹아들어 즐겼던 그때가 반성되면서도 마냥 즐겁기만 했던 그 시절의 추억에 젖기도 한다. «핑크 노스탤지어»가 기록한 스무 개의 표제어들은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소비와 문화를 대표한다. 특히 그 시절 발달한 인터넷 문화와 얽힌 표제어들을 보면 시대의 변화에 놀라기도 하며, 그것이 현실 세계에 주었던 영향을 이해하게 된다. 오랜만에 마주한 반가운 표제어들에 웃음이 나다가도, 그 시절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콕콕 찌르는 대목에서는 풀이 죽기도 한다.
      «핑크 노스탤지어»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여러 사건, 상황, 물체, 혹은 인물들이 안고 있던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함께 표출한다. «핑크 노스탤지어»가 우리에게 주는 어딘가 불편한 노스탤지어는 과거를 마냥 마음껏 그리워하게만 하지 못하게 한다. 그럼에도 «핑크 노스탤지어»의 과거를 우리가 애정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돌아간다면 다시 그렇게 행동할 ‘흑역사’와 같은 과거가 누구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와 함께 «핑크 노스탤지어»는 ‘세대를 구분하는 기준에 반문하는 목소리’임을 스스로 밝힌다. 핑크 노스탤지어에 등장한 표제어들을 향유한 Z세대의 문화가 ‘디지털과 경제 불황을 안고 태어난 세대원들의 시대가 가진 불안에 기인한다’고 말하며, «핑크 노스탤지어»의 문화를 ‘불안을 좀먹고 자란 세대원이 디지털 환경에서 만들어낸 자조적인 경계’라 규정한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보자면 «핑크 노스탤지어»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연속된 세대의 자조적인 구분에 의한 현상을 보여주는 일종의 증거물과도 같다.
      과거의 ‘핑크’가 가진 맥락과 연관된 표제어들이 분홍빛 화면 위에서 깜박인다. 스킬자수, 니베아 립밤, 얼짱, 소녀나라, 훈녀생정, 귀여니, 남녀탐구생활, 우리 결혼했어요···. «핑크 노스탤지어»의 이름과 웹의 비주얼이 온통 분홍빛으로 덮인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핑크’의 사용이 극대화된 웹사이트의 모습은 우리에게 과거에 대한 강렬한 인상과 그에 대한 모순적인 비판의식을 함께 이끌어오며 약간의 괴로움을 선사한다.
      «핑크 노스탤지어»의 소개글 일부는 이렇게 말한다. “몇몇의 표제어는 지금에서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하며 당시의 모습에 자문하게 한다. 나는 보다 성숙해진 오늘에 감사하다. 아직 미온한 걸음이지만 우리는 쉬지 않고 걸어가고 있다.” 지켜보자니 씁쓸한 면도 있지만, 이것이 우리가 즐거이 지나온 과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것을 ‘분홍빛 과거’라 표현한다면 적당하지 않을까. 어딘가 텁텁하고 막막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기억.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