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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업앤쇼





Reviewryeok V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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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2020
재료 
링크 miro.com/app/board/o9J_kltY3Tc=/

작가 강미리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강미리는 에이전시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 중이다. 어느 한 쪽이 간과되는 현상을 싫어하는 그는, 주로 기의-기표 관계에서 그런 것들을 목격하고 가끔은 작업에서 다룬다. 에코백을 헐뜯고자 제작한 책인 «한 번 쓰고 하나씩», 에코백을 포함한 다양한 굿즈들을 비판하는 «Goods, Link, Link» 책에서는 기의를 충실히 담지 않는 기표들을 나무란다. 반면 «셧업앤쇼»에서는 기의에 가려진 기표들의 형태를 발굴하고 드러내 보인다.
셧업앤쇼
다른 방식으로, 닥치고 바라보기

이곳의 사물들은 더 이상 메시지를 조잘대지 않는다. 대신 다채로운 형태들로 자신을 내보인다. 한편 메시지들은 사물과 분리된 순간 본연의 상태, 즉 ‘해석되기 나름’의 상태를 거쳐 이제는 음성으로 전달된다. — «셧업앤쇼»의 소개글 중
      그림자를 이용해 사물의 윤곽을 포착하고 표면의 것을 제거한 프로젝트, 바로 «셧업앤쇼»이다. «셧업앤쇼»는 말라붙어 있던 잉크와 그로 인해 망가지기 이전의 고유한 외형을 분리해낸다. 이에 큰 도움을 준 것은 바로 사물이 가진 그림자이다. 다른 어떤 외압 없이도 사물이 가진 그대로의 외형을 따라 그려내는 순수한 그림자가 «셧업앤쇼»의 출발점이다.
      이것은 전단지, 작은 약병, 영수증, 과자 포장지, 아니면 지갑? 정체를 확신할 수 없는 모양의 그림자들을 둘러보다 보면 곧 정체를 추측하는 것에 대한 집착을 멈추게 된다. 하나의 사물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움직임의 장면들이 그 정체를 모름으로써 더욱 크게 다가온다. 정지해 있던 사물이 위아래로 떨어지고 양옆으로 펄럭이는 움직임의 집합을 바라본다.
      그러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이 들면 음성으로 둔갑한 사물과 얽힌 메시지를 듣기로 한다. 이제 충분히 ‘셧업앤쇼’ 했으니 ‘돈셧업앤쇼’를 찾게 되는 것이다. 사물의 형태인 그림자의 집합이 «셧업앤쇼라면 그 메시지의 집합이 «돈셧업앤돈쇼»이다. «돈셧업앤돈쇼»를 경험한다면 명백해지리라 생각했던 사물의 정체가 이상하게도 그로 인해 더 모호해진다. 맥락 없이 뚝뚝 끊어진 텍스트를 읽는 전자음이 내용의 흐름을 놓치게 만들거나 외형을 상상하려던 의지를 방해한다.
      «셧업앤쇼»는 의도적으로 여러 사물이 가진 내용과 형태의 구조를 분해했다. 작업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분리된 그들을 그들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용 혹은 형태를 계속해서 억지로 이어가려는 감상자의 무의식적인 노력을 발견했다. 형식을 보면 내용을, 내용을 들으면 형식을 떠올리도록 의식 구조가 변화할 수 없을지 궁금해진다. «셧업앤쇼»는 설계된 구조에서 벗어난 형식과 내용, 서로에게 영향을 받지 않으며 각각의 원형을 바라보고 싶다는 열망을 부추긴다.
      «셧업앤쇼»는 이 시도의 마지막을 감상자가 결정할 수 있도록 남긴다. 바로 셧업앤쇼의 그림자들과 메시지가 담긴 QR코드를 A4 포스터 파일의 형태로 제공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감상자는 포스터를 프린트하여 종이라는 외형의 사물에 새로운 메시지를 부여할 수도, 혹은 그러지 않는 대신 형태 그 자체로 남겨두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셧업앤쇼»는 우리에게 선택권을 넘기며 새로운 해석과 바라보기의 방식을 제안한다. 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