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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망막





Reviewryeok V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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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2020

작가 문현정
개념에서 이미지, 이미지에서 오브제를 추출한다. 물질과 비물질, 가시와 비가시, 현실과 영적세계 경계에서 고민하며 작업한다.
파란 망막
파란 망막에서 만난 파란 망막

파란 망막이 폭력의 땅을 질식시킨다. 디지털 가상 세계에 살며 물질의 근원인 땅은 잊히고 버려졌다. 우리는 변화하는 땅과 무관한 어제와 오늘을 살며, 민낯의 땅에 파란 망막을 씌운다. — «파란 망막» 소개글 중
      등산로가 파란색 천막으로 덮이고, 아파트가 지어지는 장면을 지나간다. 작가는 땅에 대한 물음이 떠오르고, 땅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본다. «파란 망막»은 파란색 천막이자 땅에 대해 눈먼 사람들의 시선을 공유하는 작업이자, ‘파란 망막’이라는 가상과 현실의 벽을 깨닫기 위한 ‘의도적 말 걸기’의 작업이다.
      «파란 망막»은 사람과 신, 땅과 사람의 단절에 대해 말한다. 인간이 단절을 위해 개발한 것들은 중력을 잃은 ‘파란 망막’ 위에서 자라난다. «파란 망막»은 이렇게 말한다. “질식한 힘의 무대, 파란 망막에 뿌리내린 것들은 무질서한 형태로 자라난다. 질서의 땅에 뿌리내린 결과는 열매이겠으나, 파란 망막에 뿌리내린 것들의 결과는 없다. 허공에 내린 뿌리는 열매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파란 망막»에서 땅과 사람의 관계는 본래 하나의 신체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설정된 듯하다. 하지만 인간은 공사, 개발, 개척과 같은 땅과 어긋난 힘으로 의도적으로 중력을 거부해왔다. 그런 곳에서 자라난 «파란 망막»은 이탈된 신체 기관과 같은 형상을 만들어낸다. 패브릭, 실과 솜으로 이루어져 무중력 지대 위에 자라난 것은 어딘지 신비로운 신체 기관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스크린을 통해 «파란 망막»이 자라난 모습을 보았다. 동시에 내가 «파란 망막»을 만난 스크린이라는 공간은 또 다른 ‘파란 망막’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작가는 «파란 망막»이 땅에 대해 잃어버린 시선 혹은 가상의 세계에 익숙해진 우리를 말하는 지점이 있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실물로 만나지 못했지만, 스크린을 통해 작업을 감상하는 지금의 상황이 마치 디지털 가상 세계의 파란 망막을 통해 «파란 망막»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솜과 천으로 만들어져 기다랗게 늘어져 자라나는 어딘가 모호하고 알 수 없는 그 형상은 ‘파란 망막’ 그 자체와도 같았다. 그 형상이 내게 모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파란 망막’이 나와 그 형상 사이를 파랗고 투명한 막으로 가로막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스크린 속의 «파란 망막»을 한참 바라보다 돌아섰다. 그것을 언어로 명확히 규정할 순 없겠지만, ‘파란 망막’ 위에 자라난 그 형상들의 잔상이 눈을 감고도 남아 있었다. 파랗고 희미한 광경 속에서.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