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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Reviewryeok V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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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2020
크기 148 × 210 mm
재료 종이에 포토프린트, 중철제본

작가 강지웅, 정대봉
강지웅과 정대봉은 홍익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집단성과 보수성을 바탕으로 존재하는 군대라는 기이한 집단 속에서의 경험을 곰곰 반추하며 각자 사진과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작업 중이다.
행사
익숙함의 강압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선서문 낭독, 꽃다발 증정, 축사 및 축전 낭독, 만세삼창, 기념사진 촬영···. «행사»의 목차에 따라 페이지를 넘겨나간다. «행사»의 목차가 이루는 하나의 식은 어색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경례부터 시작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기까지 일련의 ‘행사’는 한국 사회가 행했던 여느 다른 행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행사»는 가상으로 기획한 ‘예비군 전입 신고식’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군대라는 조직 안에서 군인으로서 수동적인 행위에 익숙해졌던 이들이 만들어낸 가상의 행사이다. 이 행사의 과정을 그대로 행하고 담음으로써, «행사»는 군 내외에 존재하는 사회 속 무언의 강압과 강요를 지적한다.
      식순의 진행 상황은 그에 해당하는 각 식순의 사진들로 특정된다. 사진 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여러 인물이 아닌 같은 한 인물의 복제로 등장한다. 본래 다른 개인으로 존재했던 사람들이, 군대라는 단체 안에서 같은 틀과 사상을 주입받아 같은 인물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래서인지 군 내에서 자의를 잃은듯한 이 인물은 마치 오려 붙여진 듯 배경 위에 위치하며 주어진 자리에서 역할을 다할 뿐이다.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큰 불만 없이 자연스러운 일인 듯 식순을 따르는 인물의 표정도 주목할만하다.
      인물들이 입은 의상도 실제 군복이 아니며, 사진이 촬영된 공간도 실제 군대를 배경으로 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럼에도 «행사»가 보여주는 일련의 식순을 따라가며 우리가 ‘군대’의 존재를 떠올리는 것은 이것이 군을 비롯한 사회가 규정한 ‘군대에 어울려 마땅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군대에 어울려 마땅한 것’은 주어진 식순을 따라 배치받은 곳에서 이탈하지 않고 규율을 따르는 수동적인 존재가 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행사»의 ‘예비군 전입 신고식’은 군의 안과 밖에서 사회가 요구한 허례허식을을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비꼬아 갚아준다. 개인이 감히 나서 반박하기 어려운 사회의 강압을, 거울을 비추듯 똑같이 행하는 모습이 어딘가 통쾌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행사»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뎌져 있었던 익숙함의 강압을 인지하고 그에 맞서자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