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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유품정리





Reviewryeok V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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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2021 
크기 5분 12초
재료 싱글채널비디오
링크 @0000_j000  · hipt-exhibition.com

작가 주예린 Yerin Joo
«J의 유품정리»(2021)는 가상인물 J의 장례가 열린 날을 기점으로, 역순으로 그가 남긴 유품들을 정리하는 ‘셀프 장례 비디오(self funeral video)’이다. 영상 속 J는 스스로 자신의 사인과 죽을 때를 준비하고, 미리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유품’을 나누며 자신만의 ‘웰-다잉(well dying)’을 준비한다. 작가 주예린은 최근 ‘스스로를 아카이브 하는 일’에 대한 관심을 이어오고 있으며, «J의 유품정리»를 통해 자신의 온/오프라인 생활환경을 아카이브하며 ‘self archiving=self funeral’이라는 기조를 세웠다. 영상은 ‘자신의 존속을 기록하는 행위’와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다시 세 개의 개별 비디오와 한 개의 장례 비디오로 엮는다.
      *영상 대미의 장례식 이후 J가 떠나는 ‘토포의 세계’는 소설가 김언수의 『캐비닛』 중 ‘토포러’ 의 ‘토포 개념’을 차용하였다. ‘토포(topo)’는 갑자기 긴 잠에 빠져드는 상태로, 일정한 시기에 찾아오지 않고, 미리 양식을 비축하지 않고 들어간다는 점에서 겨울잠과 다른 가상의 설정이다.

J의 유품정리
유품, 그리고 J에 대한 기억

투박한 모양의 흰색의 유품들. «J의 유품정리»는 생전 자택에 남은 J의 유품들과 함께 시작한다. 이 유품들은 죽은 J가 자기 죽음을 위해 일부러 남기기 위해 만들어 낸 것들이다. 그 이유에 대해 J의 영혼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남들을 위해 무언갈 남겨야 한다면,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수공예적 의미가 포함된 것이어야 좋을 것 같았고, 기왕이면 평소 사용한 물건이나 좋아한 형태를 주물 뜬 것이면 적절하겠다 싶었어요.”
      유품은 이제 이 세상에 없는 누군가에 대한 축적된 기록이다. 나와 전혀 연관이 없던 물건이었더라도, 죽은 누군가의 물품이었다고 하면 그에 대한 생각을 시작하게 하는 매개체로 존재하는 것이다. 자의로 죽음을 결심한 J가 그런 매개체를 공들여 만들고 그것을 나누어 주기까지 계획했다는 점에서 나는 어딘가 쓸쓸함을 느꼈다.
      J는 누구보다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 사람이다. 자의로 죽음을, 그리고 그에 앞서 유품정리를 한 J가 삶에 의지가 있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겠다. 하지만 J는 그 누구보다도 ‘잘 죽기’ 위해 고심했고 그 이후의 자신의 기록들을 보존하는 데에도 애를 썼다. J에게 삶은 영혼이 육체를 떠나는 순간 끝이 아니라, 그 이후의 기억과 기록에도 머무는가 보다.
      또한 J의 영혼은 나에게 ‘어디에나 존재하는 몸이 되자’고 말했고 자신에겐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것을 위해 J는 자신의 죽음이 필요했다고 느꼈고 죽음까지 철저히 계획된 삶 이후의 기록들까지도 객관화하여 남기고 싶었나 보다.
      이제 이 세상에 없는 J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그가 열심히 선별하여 남긴 사진들을 살펴보았다. 평범한 일상처럼 보이는 사진도, 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사진들도 있었다. 의도적으로 죽음 후 기록을 위해 만들어진 계정이라는 것을 빼면 다른 계정들과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제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는 가정을 했다는 것과는 달리···.
      J에게 그의 몸은, 집은, 그리고 유품은 어떤 의미였을까. J에게 몸은 그에게 살아있다는 최소한의 생의 감각을 주는 외형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그의 유품이 발견된 집 역시 그를 담아냈던 껍데기 같은 일종이었을 테다. 그가 주물을 뜬 유품들 역시 무언가의 외형을 본뜬 것이다. 어쩌면 J가 정리한 그의 유품은 그의 몸과 존재에 대한 허망함을 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