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ryeok V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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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2020
링크 findingforp.com
작가 이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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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시현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언어유희적 타이포그래피를 즐겨 사용하며 개별자로서의 정체성이 사회 현상으로 어떻게 촉발하는가를 연구합니다. 현재는 민족지학 연구와 동시대 문화의 시각화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최근 통신수단을 넘어 자기 표현 수단이자 개인 정체성의 일부를 차지하게 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시각적 가능성에 주목하며, 그 독특한 연결 구조를 통한 전복적인 연대와 담론의 형성 가능성에 흥미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주변부 프로젝트: P의 실종
―P와 나의 실종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P의 실종 사건이 보도된다. P가 누군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그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지만 뉴스 보도를 따라 그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P를 추적하는 과정을 담은 뉴스 보도는 현실 세계에서 실종사건을 맞이하는 인터넷 세계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P의 신상이 모두에게 퍼지고, 그의 직장부터 가족과 애정 관계까지 모든 사생활이 낱낱이 파헤쳐진다. P의 실종 원인을 밝혀 그를 다시 찾아내겠다는 변명 뒤에 숨어 대중들은 P의 실종 그 자체를 즐긴다. 때로는 그것이 하나의 놀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종 사건 보도를 읽어나가며 P의 행방을 추적해가는 내내 화려한 그래픽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것들은 실종사건과 어울리는 실사 사진들도 아니며, 그렇다고 하여 무거운 어조를 유지하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밝고 화사한 색상으로 장미, 케이크, 고래와 같은 동화적인 물체들을 만들어내며 마치 P의 실종이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된 듯 꾸미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건은 으레 그렇듯 “수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종 사건의 골든타임이 지나 추적이 힘들다는 뜻이며 시민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수사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는 경찰의 말과 함께 마무리되었고, 추적 과정 내내 P를 이해하기보다는, 추적 자체의 재미에 빠져있던 사람들은 곧 흥미를 잃었을 것이다.
결국 P를 찾지 못하고서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귀결했다. 사라진 P의 인스타그램은 마치 그의 사라짐을 의도라도 했다는 듯이, #WeallneedP 라는 해시태그와 자신의 소개를 프로필에 걸어두었다. ‘Hi I’m P, a Female, Asexual, Outsider of Seoul.’ 자신을 주변적 정체성을 지녔으며 서울의 아웃사이더라고 소개하는 P. 그런 P의 소개를 보며 어쩌면 그가 사라지기 이전보다 사라지고 난 후에 더욱더 많은 시선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우리 모두 일정 정도의 주변적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바라본다. 실종 보도에서 한 인격으로 그려졌던 P는 사실 우리의 주변적 정체성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P의 실종을 바라보며 나는 스스로의 주변적 정체성을 부인하고 실종하게끔 만들어버리지 않았는지 잠시 고민에 잠겨 본다. 나에게도 P가 필요하다는 것,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겠지만, 자석에 이끌리듯 나의 P를 숨기고 주변이 아닌 중심으로 귀결하려고 하는 후천적 본성을 지우기는 아직 힘든 것 같다.
#WeallneedP. P가 실종 이전 마지막으로 남긴 그 해시태그가 계속 떠오른다. P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는 P가 필요하다. 우리를 대변하여, 우리를 위해 거리로 나서줄 익명의 P가.” 이름
―P와 나의 실종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P의 실종 사건이 보도된다. P가 누군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그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지만 뉴스 보도를 따라 그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P를 추적하는 과정을 담은 뉴스 보도는 현실 세계에서 실종사건을 맞이하는 인터넷 세계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P의 신상이 모두에게 퍼지고, 그의 직장부터 가족과 애정 관계까지 모든 사생활이 낱낱이 파헤쳐진다. P의 실종 원인을 밝혀 그를 다시 찾아내겠다는 변명 뒤에 숨어 대중들은 P의 실종 그 자체를 즐긴다. 때로는 그것이 하나의 놀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종 사건 보도를 읽어나가며 P의 행방을 추적해가는 내내 화려한 그래픽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것들은 실종사건과 어울리는 실사 사진들도 아니며, 그렇다고 하여 무거운 어조를 유지하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밝고 화사한 색상으로 장미, 케이크, 고래와 같은 동화적인 물체들을 만들어내며 마치 P의 실종이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된 듯 꾸미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건은 으레 그렇듯 “수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종 사건의 골든타임이 지나 추적이 힘들다는 뜻이며 시민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수사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는 경찰의 말과 함께 마무리되었고, 추적 과정 내내 P를 이해하기보다는, 추적 자체의 재미에 빠져있던 사람들은 곧 흥미를 잃었을 것이다.
결국 P를 찾지 못하고서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귀결했다. 사라진 P의 인스타그램은 마치 그의 사라짐을 의도라도 했다는 듯이, #WeallneedP 라는 해시태그와 자신의 소개를 프로필에 걸어두었다. ‘Hi I’m P, a Female, Asexual, Outsider of Seoul.’ 자신을 주변적 정체성을 지녔으며 서울의 아웃사이더라고 소개하는 P. 그런 P의 소개를 보며 어쩌면 그가 사라지기 이전보다 사라지고 난 후에 더욱더 많은 시선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우리 모두 일정 정도의 주변적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바라본다. 실종 보도에서 한 인격으로 그려졌던 P는 사실 우리의 주변적 정체성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P의 실종을 바라보며 나는 스스로의 주변적 정체성을 부인하고 실종하게끔 만들어버리지 않았는지 잠시 고민에 잠겨 본다. 나에게도 P가 필요하다는 것,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겠지만, 자석에 이끌리듯 나의 P를 숨기고 주변이 아닌 중심으로 귀결하려고 하는 후천적 본성을 지우기는 아직 힘든 것 같다.
#WeallneedP. P가 실종 이전 마지막으로 남긴 그 해시태그가 계속 떠오른다. P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는 P가 필요하다. 우리를 대변하여, 우리를 위해 거리로 나서줄 익명의 P가.”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