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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BOOK





Reviewryeok V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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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2016
재료 신문지와 메밀씨앗

작가 김지화
김지화는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집중해서 깊이 생각하고, 이미지로 번역하는 실험 과정을 좋아한다. 그 과정의 끝에서는 명확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결과물을 내는 것을 지향한다. 생각의 타래를 풀기 위해 글 쓰는 일을 좋아한다. 현재는 포트폴리오를 갈고 닦으며 BX 포지션으로 취업을 준비중이다. 어떻게 하면 커리어를 잘 시작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어쨌든 정갈하고 바지런하게 돌아가는 매일을 보내고 있다.
LIFE BOOK
책에게 새로운 삶을

생명이라는 단어가 신문지 위의 메밀 씨앗을 따라 싹을 피웠다. 보일 듯 말듯, 읽힐 듯 말듯 조금씩 자라나 척박한 신문지 위를 타고 오른 글자. «LIFE BOOK»은 여태 본 책 중 가장 과감하고 참신한 책이었다.
      바닥을 둘러 네모나게 펼쳐진 신문지 위에 자라난 메밀 새싹들이 이루는 글자를 담은 책. «LIFE BOOK»은 그런 책이었다. 펼칠 수도 닫을 수도 없지만, 일반적인 책의 펼침과 닫음보다도 더 역동적인 변화와 성장을 보였다. «LIFE BOOK»의 내용은 매번, 아니 매 순간 변했다. 어느 날은 읽혔지만 어느 날은 읽히지 않았다. «LIFE BOOK»의 작가도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지 못했다. «LIFE BOOK»은 그런 예측 불가능함을 품은 책이었다.
      ‘텍스트가 점점 자라날 것입니다.’ «LIFE BOOK»이 이렇게 말했다. 텍스트가 자라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나칠 때마다 책 안을 들여다보곤 했다. 오늘과 어제는 무엇이 변했는지, «LIFE BOOK»에 대한 나의 기억에 새로운 변화가 생길지 지켜보았다. 그렇게 작업이 벽 한구석에 존재하기로 약속한 7일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에 «LIFE BOOK»은 생을 마감한 듯 자취를 감췄다.
      다시 그처럼 자주 들여다보고 싶고 4년이 지난 지금에도 가끔 떠올리게 되는 작업이 생길까 싶다. 사실 «LIFE BOOK»이 처음 그리고 마지막에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만나고 떠났는지 그 모습이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LIFE BOOK»이 나에게 책에 대한 새로운 기억을 남겼던 것이다. 책이라면 표지와 내지가 있고 열리고 닫히고 마음에 양식이 될 이야기들로 차 있어야 한다는 나의 편견을 깨워준 책, 책에 대한 나의 관념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준 책.

아래 «LIFE BOOK»의 작업 과정에 대한 작가의 기록을 공유한다.
책은 독자에 의해 읽히는 수동적인 존재로 여겨지곤 하지만, 책을 보다 능동적인 존재로 바라보고 싶었다. 생명이라고 하니 자라나는 새싹이 생각났다. 새싹이 자라는 일엔 많은 의미가 있었다. 시간을 들이는 것, 노력, 기다림, 그 끝에 뿜어져 나오는 새로운 생명력. 이 일련의 과정은 ‘농사’를 연상하게 했다. 나는 결국 책을 짓는 일이 농사를 짓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매일 작물들을 돌보아 수확하듯, 글을 돌보아 책으로 수확하게 되니까. 동시에, 작물과 책이라는 결실이 그 길고 지난한 시간에 비해 쉽고 간단해 보인다는 지점도 깨달았다. 비슷한 존재를 찾아냄으로써 책의 생명력에 집중해 표현하고 싶다는 첫 생각이 구체화되었고, ‘생명과 시간, 과정에 집중한—능동적인 책’을 만들고자 했다. 텍스트를 씨앗으로 심고, 흙을 두들기듯 종이죽으로 덮었다. 긴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7일의 전시 기간 동안 텍스트는 점점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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