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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뉘





Reviewryeok V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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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2020
크기 Variable Size
재료 한글서체

작가 이수지
글자를 중심으로 여러 갈래의 디자인을 함께 하고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을 좋아해서 일부러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드는 집순이이기도 하다.
볕뉘
볕 아래의 글자

«볕뉘»
「1」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
「2」 그늘진 곳에 미치는 조그마한 햇볕의 기운.
「3」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보살핌이나 보호.

따스한 이름이 마음에 다가와 앉는다. «볕뉘», 잠시 비치는 햇볕, 조그마한 햇볕의 기운, 보살핌과 보호. «볕뉘»가 내포한 세 가지 뜻이 마음을 덥힌다. 이름의 몫을 온전히 해내는 «볕뉘»의 모습을 바라본다. 수성 잉크로 꼭꼭 눌러 단정하게 쓴 듯한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볕뉘»는 민부리 계열의 제목용 글꼴로, 수성 잉크 펜으로 써낸 손글씨를 바탕 삼아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민부리와 수성 잉크가 만나 만들어낸 부드럽고 둥글둥글한 인상이 따스한 볕과 참 잘 어울린다. 그래서일까 유독 한국 독립영화의 대사나 1인칭 화자의 단편소설이 떠오르는 모습이다.
      «볕뉘»는 30pt 이상의 크기에서 그 특징이 가장 잘 살아난다고 하는데, 큼직한 크기로 ‘이른 아침—볕뉘’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문구를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일부 다른 서체에는 꽤 어색한 윤곽선이 씐 모습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영화 자막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모습이다. «볕뉘»의 초기 네이밍이 영화 자막으로의 사용을 염두에 둔 ‘네오 시네마’였다고 하니 놀랄 일이 아니다.
      숲속 나뭇잎들 사이로 비치는 볕, 이른 아침 커튼 사이로 들어선 볕이 떠오르는 서체이다. 실내에도 실외에도 아무리 작은 틈이라도 따스한 볕은 스며들 수 있듯, «볕뉘»는 어느 지면 위에도 자연스레 섞일 수 있는 서체이다. 필압이 크게 도드라지지 않으면서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수성 잉크를 베이스로 삼아서일까, 스며들기 좋은 서체라는 것이 볕뉘의 큰 장점이다.
      흔히 서체 작업은 끝이 없다고 말한다. 특히 한글 서체의 경우 그려야 할 종류도, 염두에 두어야 할 조합도 너무나도 많아서 아름다운 서체의 이면에는 긴 괴로움의 시간이 자리하기도 한다. «볕뉘»의 디자이너 수지 역시 언제 이 작업을 마칠 수 있을지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볕뉘»가 세상에 나올 그 날까지 긴 응원을 보내려 한다. 이름